오늘 소개할 작품은 연상연하 로맨스 웹소설 하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도개비 작가의 ”여름이 끝나면 불청객은 떠난다”입니다. 무심하고 상처 가득한 여주인공과 첫사랑에 이제 막 눈을 뜬 순수한 청년의 순애보를 재미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낯선 도시에서 펼쳐지는 9살 차이 연상연하의 로맨스를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제목: 여름이 끝나면 불청객은 떠난다
작가: 도개비
장르: 현대 로맨스
연재: e북 출간
완결 여부: 완결
평점: 4.6/5 (리디 웹소설 평점 기준)
등장인물 및 작품소개
이종하(22세) - 나양 미용실 아들입니다. 변기 뚫기, 처마 고치기부터 배달, 빈 가게 봐주기, 고스톱 상대 등 동네 온갖 심부름과 잡일을 하며 지냅니다. 하얀 놈이 시꺼먼 옷만 입고 다닌다고 동네 어르신들이 미용실 귀신이라고 부릅니다.
김수연(31세) - 미술관 도슨트로 지방 전시 일정으로 생전 가본 적 없는 나양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딱딱하게 굳은 심장으로 살아왔으며 본인은 외로운 줄 모르지만 늘 외로운 여자입니다.
작품소개
낯선 시골 마을, 나양.
도슨트로 일하는 수연은 그곳에 도착한 첫날밤, 폭우에 길을 잃고 동네 주민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이 군이라고 불리는 청년, 종하와 마주친다.
“너, 왜 자꾸 나한테 너라고 해?”
“설마 하니 나한테 아줌마 소리 듣고 싶은 건 아니지?”
“아줌마 소리 들어도 별로 이상할 나이는 아냐.”
“웃기고 있네. 너라고 부를 때 고마워해라.”
계속되는 폭우로 전시 일정이 지연되면서 수연은 종하가 지내는 여관에서 묵게 된다. 이렇다 할 교류 없이 며칠을 보내다 미술관에서 마련해 준 숙소로 옮긴 것이 끝이었다.
그런데, 그 애가 미술관으로 찾아온다.
“녹음이 무슨 뜻인데.”
“저 그림이 녹음이야. 푸르고 울창한 나무.”
“죄다 까만데 푸르긴 개뿔.”
그날,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셨고, 수연은 충동적으로 그에게 입을 맞춘다.
“처음인 건 맞는데, 그때고 지금이고 네가 걱정할 건 없어. 책임지라고 안 해. 근데 너 유부녀야?”
“뭐?”
“결혼했냐고.”
여름이었다. 연녹색 풀들이 짙어져 눈길 닿는 곳 모두 맑았다.
아주 잠시 머무를 집. 여름이 끝나면 떠날 집.
여름은 시간을 타고 착실히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면 불청객은 떠난다.
줄거리
미술관 도슨트인 김수연은 지방 전시 일정으로 “나양”이라는 시골로 내려가게 됩니다. 하필 도착한 날 폭우로 인해 길을 잃게 되고 동네 주민의 도움을 받아 청년 종하를 만납니다. 아직 머물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수연은 자기보다 한참 어린 듯 보이는 예쁘장한 청년 종하의 안내에 따라 그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곳은 허름한 미용실 뒤편과 이어져 있는 가정집이었고 그곳에서 하룻밤 신세를 질 계획이었지만 계속되는 폭우로 인해 발이 묶인 수연은 미용실 가게를 운영하는 종하의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그곳에서 며칠 민박을 지내기로 합니다. 종하는 손님방이 아닌 자신과 가까운 방으로 그녀를 묵게 하고 때가 되면 수연의 끼니를 꼬박 챙겨줍니다. 언뜻 까칠해 보이는 말투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종하는 의외로 섬세하고 순수하며 착한 구석이 있다는 걸 느끼고, 수연은 그와 조금씩 안면을 트고 친해집니다. 그러는 와중에 며칠째 계속되었던 폭우가 멈추고 수연은 미술관에서 마련해 준 빌라로 숙소를 옮깁니다. 그렇게 종하와의 인연은 끝난 듯했지만 그녀가 미술관에 출근을 시작하고 전시 설명회를 시작하자 시간에 맞춰 종하가 그곳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늘 심드렁했던 종하의 표정이 [녹음]이라는 그림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생기 돋는 모습을 보고 수연은 그를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종하는 어쩐지 그녀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고 퇴근한 그녀를 자연스럽게 숙소로 데려다줍니다.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한 그녀는 종하와 숙소에서 가벼운 맥주 한 잔 하게 되고 충동적인 분위기 속에 수연은 순간적으로 종하에게 입을 맞춥니다. 그러다 번쩍 정신이 든 수연이 종하를 돌려보내지만 다시 돌아온 종하는 이럴 거면 왜 제게 키스했냐고 따집니다. 책임지기 싫어서 그랬다는 수연의 말에 종하는 “내가 언제 당신 보고 나를 책임져 달라고 했냐”며 화를 냅니다. 순진하고 순수하지만 종하의 진지함과 수연을 향한 열렬한 욕망이 부담스러웠던 그녀는 내적 갈등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모르는 도시에서 한 번쯤은 충동적으로 행동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던 수연은 종하와 밤을 보내게 됩니다. 점점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종하와 수연은 연인인 듯 지내지만 속절없이 그녀에게 빠져드는 종하와는 달리, 곧 떠날 수연은 그와의 관계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술관에 수연의 첫사랑이자 전 연인인 선배가 그녀를 찾아옵니다. 불안함을 느낀 종하는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솔직히 표현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수연이 부담을 느껴 나양을 떠날 것이라 생각하고 속앓이만 합니다. 그러다가 종하가 수연과 선배를 오해하는 일이 생기고 더 이상 그녀를 안 보겠다고 하지만 그녀가 떠날 거라는 소문에 단숨에 그녀를 찾아가 떠나지 말라고 울고 빌고 사정합니다. 잠시 떨어져 있었던 시간 동안 수연도 종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종하에게 서울로 함께 가자고 합니다.
감상평
성인이 되고 누군가를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종하의 순수한 행동들이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9살 차이가 나는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면서 조심스러워하는 모습들, 최대한 부담을 안 주려는 모습들이 한편으로 짠했습니다. 소설 중후반까지 이어지는 여주인공의 무심한 모습들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모르는 도시에서 충동적인 가벼운 마음으로 종하를 흔들었지만 순수한 종하에게는 너무나 치명적인 달콤한 순간들이었을 겁니다. 수연은 일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가면 끝이겠지만 남아있는 종하는 어떻게 살라는 건지 답답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닳고 닳은 성인의 만남이 아닌 순진한 시골 청년을 흔들었을 때에는 책임감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뒷감당은 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소설을 읽는 내내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랑 고백을 너무 하고 싶지만 그래버리면 부담스럽다고 자신을 떠날까 봐 꾹꾹 자기 마음을 눌러야 했던 종하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하지만 수연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 연인에게서 상처받은 경험으로 인해 그녀가 다시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겁을 내고, 누군가를 믿지 못하는 조심스러운 모습들이 더 이상 사랑에 상처받기 싫어 자신도 모르게 자기 방어적인 모습이 나온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9살이나 어린 남자와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었을 겁니다. 시작은 가볍고 충동적인 마음이었더라도 한 사람과의 인연이 시작 됐을 때 그리 쉽게 무 자르듯 갈무리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종하가 이렇게나 사랑스러운데 어떻게 외면합니까? 하하하. 다행히 후반부터 외전까지 수연도 종하를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들에서 일종의 보상심리가 충족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 큰 스포가 될까 봐 줄거리에 다 쓰지는 않았지만 종하의 반전이 꽤나 흥미로웠고 꽁꽁 얼었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해 준 종하와, 썩고 있던 보석 같은 재능을 세상으로 이끌어준 수연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구나 싶었습니다.
제목처럼 여름이 시작되는 지금 시기에 딱 어울리는 로맨스 소설 “여름이 끝나면 불청객은 떠난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