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웹소설은 제가 아주 애정하는 이분홍 작가 작품의 3번째 포스팅인 ”XOXO, 미스미니”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불신하는 차가운 권트 투자자 남주인공과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교육 보조사 여주인공이 만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힐링 로맨스입니다. 조카를 매개로 시작된 계약 동거 속에서 어떻게 두 사람의 감정이 서서히 변화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 이분홍
장르: 현대 로맨스
연재: 리디북스, 네이버 시리즈(19세 이용가)
완결 여부: 웹소설 128화 완결
평점: 4.9/5 (리디북스 웹소설 평점 기준)
등장인물 및 작품소개
백태준(32) - 잘 나가는 신생 헤지 펀드 TJH 캐피털의 공동 대표로 퀀트 투자의 귀재이자,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가진 천재입니다. 불우했던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통제하며 살았으며 사랑은 사람을 가장 잔혹하게 파괴하는 소모적인 감정이라 믿습니다.
설민희(25) - 맨해튼 명문 여자 사립학교 애스터 스쿨의 보조 교사로 별명은 미스 미니입니다. 동안 콤플렉스 탓에 짝사랑만 줄곧 하다가 남자랑 관계 한번 못 해 보고 늙어서 고독사할까 봐 걱정인 여리고 순진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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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형 부부의 죽음.
흑백 무성 영화처럼 적막하고 지루하던 그의 삶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섯 살 여자아이의 총천연색 에너지가 굴러들어 왔다.
무서울 게 없던 백태준은 비로소 장렬하게 무너졌다.
[이번 학기 끝날 때까지 로즈의 입주 가정교사가 되어 줄 수 있겠습니까?]
로즈가 유독 잘 따르는 유치부 보조 선생님 ‘미스 미니’에게 태준이 제안했다.
[약 4개월간 기본급은 10만 달러입니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즉시 5만 달러의 계약 보너스, 그리고 6월 말에 5만 달러의 성공 보너스를 약속합니다.]
그런데.
‘드디어 미쳐 버린 건가.’
발갛게 달아오른 볼, 하얗다 못해 투명해 보이는 피부, 끈적이는 시럽을 입힌 체리 같은 입술, 무릎을 꿇은 허벅지 안쪽의 보라색 멍, 말랑거리던 손의 느낌, 이상하게 귀를 간지럽히며 속살거리던 목소리.
두서없이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에 예고도 없이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로즈의 선생님, ‘미스 미니’에게 발정하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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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사춘기 시절 생긴 콤플렉스와 대학 시절 트라우마 때문에 민희는 짝사랑 전문가가 되었다.
“죽기 전에 나도 섹스라는 거 해 볼 수 있을까? 남자 유혹하는 법을 연습할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어. 이러다 연애 한번 제대로 못 해 보고, 늙어서 고양이만 남기고 죽을까 봐 무서워, 흐윽―”
“고양이 키웁니까?”
“아니요. 흑.”
태준은 자신이 파고들 틈을 기민하게 포착해 냈다.
“울지 말고. 그 남자를 유혹하는 연습이라는 거, 나한테 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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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백태준은 불우한 과거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으로 자기감정은 철저히 배제하고 통제하는 삶을 살아온 뉴욕 헤지 펀드 TJH 캐피털의 공동 대표이자 퀀트 투자의 귀재입니다. 탄탄대로의 성공한 삶을 살고 있던 그에게 어느 날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형 부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게 되고 졸지에 여섯 살 조카 로즈의 보호자가 됩니다. 조카의 유치원에 상담을 하러 가게 된 태준은 그곳에서 교육 보조사로 일하고 있는 설민희를 만나게 됩니다. 부모의 죽음으로 아무에게도 곁을 주지 않고 혼란스러워하는 조카 로즈가 유독 민희를 잘 따르는 것을 알게 되고, 어린 여자 조카를 키워 본 적이 없어 막막했던 태준은 민희에게 상당한 보수를 약속하고 학기가 끝날 때까지 입주 가정교사를 제안합니다.
생활비와 대학원 학비가 궁했던 민희는 그 제안을 수락하게 되고 로즈의 입주 가정교사가 되어 태준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같은 집에서 생활하게 된 두 사람은 간간히 마주치며 생활하다가 어느 날 집 안에 마련된 헬스장에서 맞닥뜨립니다.
능력과 재력, 외모 모두 다 갖춘 태준은 온갖 여성들에게 유혹의 대상이었고 그는 어릴 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사랑은 사람을 가장 잔혹하게 파괴하는 소모적인 감정이라 여기며 사랑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평소 이성에게 관심도 없던 태준이 자꾸 민희에게 눈길이 가고 평소라면 이성에게 하지 않을 장난을 치면서 성적으로 그녀에게 끌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새벽에 거실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되는데 민희는 술김에 자신의 콤플렉스를 말합니다. 그녀는 심각하게 동안인 외모 덕에 대학생 시절 트라우마도 생겼고 그로 인해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봤다고 고백하며 이성에게 자신은 매력이 없을 거라고 한탄합니다. 민희에게 미친 듯이 끌리던 태준은 흑심을 품고 자신을 상대로 기간을 정해 연애 연습을 해보라고 제안합니다. 태준에게 호감이 있던 민희는 고민 끝에 그 제안을 수락하고 남들의 눈을 피해 태준과 깊은 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태준은 그동안 민희에게 끌렸던 것은 단순히 이성에 대한 생물학적, 본능적 끌림이라 여겼고 한번 몸을 섞고 나면 그녀에 대한 흥미를 잃을 거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그의 오만한 생각과는 달리 그녀와 관계를 가질수록 점점 더 민희를 원하게 되고, 착하고 여리며 무해한 민희의 매력에 속절없이 빠져듭니다. 하지만 순진한 민희는 자신 혼자만 마음이 깊어지는 것 같아 속상해하고 태준과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고 싶지만 그와의 관계는 계약관계일 뿐이라는 생각에 망연자실합니다. 포기를 모르는 민희는 결국 태준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사랑을 불신하는 태준은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민희의 고백에 쉽게 답을 하지 못합니다. 지친 민희는 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태준은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며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감상평
전에 포스팅할 때도 말했지만 정말 제가 좋아하는 이분홍 작가의 작품이라 고민도 안 하고 읽었던 작품입니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필력은 말해봐야 입만 아픕니다. 이분홍 작가는 주로 뉴욕 맨해튼을 소재로 한 글을 쓰는데 정말 사실적이게 잘 써서 마치 내가 뉴욕에 와있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지 스토리 붕괴 하나 없이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읽은 이분홍 작가의 작품은 차차 하나씩 추가하겠습니다.
사랑을 불신하게 된 태준의 서사를 읽으면서 트라우마라는 게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건 사랑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면 태준은 사랑을 불신했던 게 아니라 너무나 소중한 감정이라 감히 엄두를 못 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태준의 대사 중에 누군가를 가슴 깊이 좋아하면 심장에 목줄이 채워지고 그 상대가 자신의 목숨줄을 움켜쥐게 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볼 때 태준은 한 사람만을 목숨처럼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해서 더욱 스위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생각에 민희의 안전에 집착하는 모습들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상처와 트라우마가 가득해 홀로 외롭게 살던 태준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고 사랑해 주는 민희라는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러웠고, 중간중간 나오는 조카 로즈도 너무 귀여웠습니다. 이분홍 작가의 작품들은 세계관이 다 연결되어 있어서 간간히 미호랑 준희도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반가웠습니다. 고구마 구간 없이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순식간에 읽은 “XOXO, 미스미니” 힐링 로맨스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