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소비하는 성별에 따라 선호도가 나뉘는 장르이기도 한데 '울어봐, 빌어도 좋고'는 남, 여 상관없이 모두가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작품입니다. 네이버 시리즈에서 2019년 8월부터 웹소설로 연재되었으며 본편 152화, 외전 18화로 완결이 되었고 그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2023년 9월부터 네이버 웹툰으로 각색되어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어째서 완결된 지 몇 년이 지나도 웹소설, 웹툰 모두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지 '울어 봐, 빌어도 좋고' 일명 '울빌'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주요 등장인물
마티어스 폰 헤르하르트: 헤르하르트 공작가의 젊은 주인으로, 잘생긴 외모를 겸비한 오만하고 차갑고 냉정한 성격의 귀족입니다. 특별할 것 없던 완벽한 그의 인생에 레일라가 등장함으로써 일상에 균열이 생기고 점차 통제되지 않는 자기감정에 혼란스러워하고 그로 인해 레일라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이 강해집니다.
레일라 르웰린: 어머니가 가출하고 아버지까지 사망하자 먼 친척집을 전전하며 학대당하며 살다가, 남이라고 해도 무방한 먼 친척의 헤르하르트의 정원사 빌 레머에게 맡겨집니다. 그곳에서 부모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착하고 순수한 성격만큼이나 외모도 아름답게 자랍니다. 그러다 마티어스로 인해 순탄할 것만 같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고 무서워 밀어내기만 했던 마티어스에 대한 감정에 혼란스러워합니다.
카일 에트먼: 헤르하르트 공작가의 주치의 아들로,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헤르하르트 공작저에 왔다가 우연히 레일라를 만나 친구가 되고 점차 성장하며 레일라에 대한 우정이 사랑으로 바뀌는 다정하고 따뜻한 성품을 지닌 인물입니다.
빌레머: 어린 레일라를 거둔 헤르하르트 공작가의 정원사입니다. 혼자 살던 거친 삶에 등장한 레일라에 대해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며 며칠 있다가 다른 곳으로 보낼 생각이었지만 착하고 측은한 레일라를 점차 딸처럼 예뻐하며 사랑으로 키웁니다.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투박한 애정으로 레일라를 지켜주는 따뜻한 어른입니다.
줄거리
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맞은 마티어스는 아르비스(공작 저)로 돌아와 자신의 영지인 숲에서 취미 생활인 새 사냥을 하는데 마침 그 숲의 나무 위에 올라가 쉬고 있던 레일라가 새 사냥을 하고 있던 마티어스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무 위 부스럭 소리에 마티어스는 기민하게 총부리를 나무 위로 겨냥하고 그 모습에 겁에 질린 레일라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 후 마티어스는 방학 동안 친구들과 숲에서 새 사냥을 하지만 자연과 새를 사랑하는 레일라는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괴롭기만 하고 그렇게 마티어스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지닌 채로 시간은 흐르게 됩니다. 여학교를 다니고 있던 레일라는 어릴 적부터 소꿉친구였던 카일과 여전히 잘 지내고 있지만 카일은 그동안 남몰래 키워왔던 레일라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게 되고 청혼까지 하게 됩니다. 친구 이상으로 생각했던 적 없던 레일라는 고민을 하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카일과 함께 대학에 가는 꿈에 부푼 계획을 세우며 그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러나 카일 어머니의 반대로 결혼은 무산되고 엎친데 덮쳐 빌 레머의 실수로 공작가의 정원에 화재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레일라가 마티어스를 찾아가게 됩니다. 빌레머의 실수를 눈감아 주는 대가와 일종의 거래를 하게 되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마티어스는 레일라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본인의 곁에 있게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미티어스의 비틀린 애정과 집착, 일방적인 요구들로 흘러가는 나날 속에 레일라는 지쳐가고, 빌레머는 본인의 실수를 해결하기 위해 레일라가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일련의 상황을 알게 됩니다. 결국 빌레머와 레일라는 아무도 모르게 밤늦은 시각에 아르비스를 떠나게 되고 마티어스는 떠난 레일라로 인해 완벽했던 귀족의 삶이 무너지며 점차 폐인이 되어갑니다. 떠난 그녀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던 마티어스는 긴 수소문을 통해 레일라가 있는 곳을 알게 되고 당시 전쟁을 하고 있던 그곳에 가기 위해 근위대에 복귀하기로 합니다. 그곳에서 재회하게 된 레일라와 마티어스는 그동안 자신들도 몰랐던 서로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하게 되고 전쟁에 참전한 마티어스가 전사했다는 부고가 전역에 전해집니다. 다행히 이것은 오보였지만 이를 알리 없는 레일라와 헤르하르트 가문은 깊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마티어스는 본인의 생존 사실을 1년간 일부러 숨기는데 이는 레일라와 무사히 아르비스 저택으로 돌아가기 위한 계획이었고 마침내 레일라와 재회하며 아르비스로 돌아와 부부의 삶을 시작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감상평
초반에는 마티어스한테 너무 화가 나고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냐고 씩씩대며 글을 읽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본인 통제하에 뭐든지 가질 수 있는 넘치는 삶을 살았던 귀족 중에 귀족인 마티어스가 처음으로 원하는 걸 가질 수 없고, 자기 뜻대로 움직여 주지도 않는 레일라로 인해 답답해하고 서서히 통제력을 잃는 본인 모습에 당황해합니다. 모두가 자신을 동경하고 고개를 조아리는 무료한 삶에서 처음으로 본인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니 그게 사랑이라는 것도 자각하지 못 한 서툰 어른아이였던 것이지요. 남자 꼬마 아이가 관심 있는 여자애한테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할 방법을 몰라 괜히 괴롭히는 것처럼 마티어스는 레일라가 좋은데 그만 보면 움츠려 들고 도망가려는 모습에 화가 나 심술을 부렸던 거죠. 그런 장면이 곳곳에 나오는데 예를 들어 레일라가 떨어뜨린 만년필을 주워주기는커녕 오히려 지그시 밟고 있는 장면이라든지, 애지중지 아끼는 촌스러운 레일라의 모자를 면전에서 강물에 던진다든지, 숲에 높고 간 레일라의 안경을 마티어스가 줍고, 그 걸 찾으러 올 걸 예상한 마티어스가 본인 별채에 안경을 숨겨 놓는다든지 하는 장면 말입니다. 그렇게 빌미를 제공하면 한 번 더 본인을 봐주니까 말이죠.
서툴기는 레일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마티어스보다 어린 레일라도 이성에 대한 감정을 몰랐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마티어스가 보내는 관심들을 부담스러워하고 그게 애정에 비롯된 거라는 걸 알아채지 못합니다. 작품 중간에 마티어스를 보고 두근거리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설레서 두근거리는 걸 무섭고 불쾌해서 두근거리는 거라고 착각한다든지, 마티어스를 피해 야반도주하고 마침내 재회했을 때 자기를 찾으러 그곳까지 온 마티어스 모습에 감정이 복 받힌다든지, 뱃속의 마티어스 아이를 목숨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장면을 보면 레일라도 마티어스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에 보면, 학생에서 장교로 장성한 마티어스와 어린 꼬마에서 아름다운 숙녀가 된 레일라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몇 년 만에 처음 마주치는 장면이 있는데 두 주인공 모두 그때 서로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걸 아주 아름답고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죠. 즉 일방의 사랑이 아니었음에도 마티어스의 비틀린 애정과 서툰 표현 방식에 첫 단추가 잘못 맞춰져 두 사람이 계속 어그러져 버렸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혹자는 레일라가 스톡홀름 증후군인 거 아니냐는 말들이 있지만 각자의 감상이 모두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하
그 밖에 빌레머가 섬세하지는 못해도 그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투박한 애정으로 레일라를 키우며 그때그때 일어난 에피소드들은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는데요, 마치 빨강머리 앤에서 매튜 아저씨를 떠올리게 한달까요?
웹소설로 처음 접한 게 '울어봐, 빌어도 좋고'라는 작품이었는데 솔체 작가의 필력이 너무나 훌륭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 솔체 작가의 작품은 다 찾아볼 정도로 한동안 푹 빠져있었는데 모든 작품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웹소설에 친숙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웹툰으로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