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채연실
장르: 현대 로맨스
연재: 웹소설 - 리디북스
완결 여부: 124화 완결
평점: 4.9/5 (리디북스 웹소설 평점 기준)
등장인물
최은형: 고아원 원장을 죽이고 열일곱에 교도소에 복역 후 조폭 박신억 밑으로 들어가 깡패 생활을 합니다. 서른에 죽는다는 예언을 믿고 아쉬울 것 없는 사람처럼 밑바닥에서 거침없이 막 삽니다.
심형남: 노름꾼 아버지의 빚으로 조폭 박신억 평창동 대저택의 식모로 팔려옵니다. 박신억에게 겁탈을 당하면서 삶의 의지를 잃게 되고 아무런 희망 없이 살아갑니다.
작품소개
심형남, 스무 살.
본업은 평창동 대저택의 식모. 부업은 박신억 회장의 노리개.
모종의 사건으로 넘버 투인 최은형이 갑작스레 회장 대행으로 집안에 상주한다.
재미도 없는 농담, 저질스러운 손버릇.
최은형은 그녀가 질색하는 깡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날도 그랬다.
깡패 자식들이 으레 할 법한 질 나쁜 농담에, 형남은 넋을 반쯤 빼고 손목을 그었다.
그리고 분노에 휩싸인 최은형에게 붙들려 오만가지 쌍욕을 들었다.
그는 상처를 치료해 주었고, 고꾸라지도록 술도 먹여 주었고,
남산에도 데려가 돈가스를 사주었다. 고기를 대신 잘라주며 내내 화를 냈다.
“너보다 못한 새끼들도 살아. 아득바득 살아.”
이 남자는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걸까.
마치 내가 못할 짓이라도 한 것처럼.
줄거리
노름꾼 아버지가 빚을 면제받기 위해 스무 살의 딸 심형남을 조폭 박신억이 사는 평창동 대저택으로 팔아넘기고 그녀는 그곳에서 식모살이를 합니다. 그곳에서 박신억에게 겁탈을 당하게 되고 남은 가족도, 갈 곳도 없는 그녀는 그곳에서 나올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버텨야 했습니다. 화대를 받으며 몸을 내어주는 삶을 살아가는데 비참함을 느끼던 그녀는 습관처럼 자해를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를 친 박신억은 일본으로 도피하게 되고 그를 대신해 교도소에 들어갈 목적으로 평창동 대저택에 부하 최은형이 들어오게 됩니다. 경찰이 잡으러 올 때까지 그곳에서 버텨야 하는 최은형은 식모와 단 둘이 며칠을 함께 지냅니다. 몸이 안 좋았던 최은형에게 식모 심형남이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주며 보살펴 주자 한 번도 누군가가 자신을 걱정해 주거나 보살펴 준 적 없었던 삶을 살았던 그는 형남에게 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러다 형남이 손목을 그어 삶을 포기하려는 모습을 은형이 보게 되고 그녀를 뜯어말립니다. 다음날 은형은 형남을 남산 돈가스에 데려가고 훨씬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 죽지 말고 살라며 그의 방식대로 그녀를 위로합니다. 그날 이후로 화투도 치며 둘은 부쩍 가까운 사이가 되지만 예상했던 대로 최은형을 잡아가려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박신억을 대신해 은형이 잡혀 들어가는 거라는 걸 모르는 형남은 그를 급하게 다락방에 숨기고 검사와 형사들에게 그는 여기에 없다면서 거짓말을 합니다. 마침 일본에 갔던 박신억이 미리 매수한 검사를 대동해 들이닥치고 그 자리를 마무리합니다. 그 과정에서 박신억이 최은형은 서른 살 전에 자신을 대신에 칼 맞고 죽을 역할을 하고 있는 거라고 입방정을 떨게 되고 그 얘기를 엿들은 은형은 그제야 자신의 쓰임을 알고 분노합니다. 도망가다가 옥상에서 떨어져 발목을 다친 그는 경찰에게 잡히게 되고 형남은 교도소에 복역하고 있는 최은형을 찾아가지만 매번 찾아오는 그녀를 만나주지 않습니다.
2년의 시간이 흘러 복역을 마친 은형은 출소를 하고 평창동 박신억 집으로 인사를 하러 가는데 그곳에서 더 이상 식모가 아닌 박신억의 첩으로 신분이 바뀐 형남을 보고 당황합니다. 복역하면서 자신을 칼잡이 방패용으로 쓰고 버리려고 했던 박신억에게 복수하고 형남을 찾아 같이 살려고 계획했던 최은형은 형남에게 시궁창 같은 이곳을 제발 벗어나라고 하지만 형남은 박신억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며 같이 복수에 동참해 달라고 애원합니다. 형남의 손에 피를 묻힐 수 없는 은형은 복수는 자기가 해줄 테니 그만두라고 하고, 부패검사 이선진의 패악질에 지칠 대로 지친 형남은 은형과 행복한 삶을 꿈꾸며 복수를 그만두고 그와 멀리 떠나기로 합니다. 그러나 검사 이선진과 박신억의 부하에 의해 일이 틀어지게 되고 목숨이 위태로워진 형남은 결국 박신억에게 칼을 휘둘러 중퇴에 빠뜨립니다. 은형은 형남의 죄를 덮기 위해 현재 식모인 미옥에게 박신억에게 독극물을 투약하라고 사주하고 약점이 잡힌 미옥은 그 지시를 따릅니다. 결국 박신억은 사망하지만 형남에게 비틀린 애정을 갖고 있는 검사 이선진은 형남을 끝까지 쫓아 그녀의 인생을 망하게 해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 합니다. 이 모든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선 결국 자수밖에 없다는 걸 느낀 형남은 자수로 형을 살게 되고 출소하지만 이선진은 끝까지 그녀의 발목을 잡으려고 합니다.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은형은 이선진을 처리하고 본인도 생을 마감하려고 차사고를 내지만 은형은 행방불명 처리가 되고 이선진은 전신마비가 됩니다. 수녀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지내던 형남은 박신억의 부하가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는 걸 알고 그곳에서 도망 나오고, 죽은 줄 알았던 은형이 형남 앞에 나타나 그녀에게 함께 떠나자고 합니다. 미리 매수한 검사에 의해 여권을 받아 무사히 싱가포르에 도착 한 둘은 그곳에 정착하며 차차 행복을 찾아갑니다.
감상평
이 작품의 시대 배경이 80년대라서 지금 정서와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서 그런지 더 생동감이 있었습니다.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그때의 시대 상황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지금과는 현저히 달라 오히려 더 흥미로웠습니다. 70~80년까지만 해도 식모살이가 있었던 상황들이 그러했고 지금은 옛날 노래라고 칭해지는 것들이 저 당시에는 유행가였던 것도 그러하고 이산가족 찾기 같은 프로그램도 그렇습니다. 저 당시에는 당연시 여기고 누려왔던 사회적 인식과 관념들이 지금 현재 시각과 다르다고 해서 비난하고 욕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것들이 다 축적되고 다듬어져서 역사가 되고 현재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피폐하지만 정말 잘 짜인 정통 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회 전반에 깔려있던 어두운 부분들을 드러내면서 그 당시 시대 상황을 보여주고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배운 것 없고 모두가 배고픈 시절,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일들을 누가 감히 비난할 수 있을까요? 물론 깡패는 전혀 두둔할 수 없지만 식모살이했던 형남이 겁탈을 당하고도 그곳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 밖에 없어서 복수를 위해 자기 몸을 소비하는 상황, 정의롭던 검사가 타락의 길을 선택한 모습들이 씁쓸했습니다. 세상에 홀로 남겨져 외롭게 살아가던 두 남녀가 서로의 방식으로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는 모습들이 서글펐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든, 시궁쥐처럼 살던 사람이든 사랑은 형태를 달리 할 수 있지만 본질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더 배운 사람이 더 사랑을 잘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상대를 사랑하는 게 중요한 것입니다. 지금 현대에는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정신적 고통을 공유하고 치유하지만 저 당시에는 아무래도 정신과에 대한 치료나 인식들이 미흡했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트라우마, PSTD 같은 증상들을 잘 살펴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결국 자신을 학대하고 헛것을 보며 속은 곪아가는 모습들이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져도 정신이 빈곤하다면 너무 외로운 삶일 것입니다.
깡패 짓하며 밑바닥을 구르던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가 자기를 걱정해 주는 말 한마디, 이마에 얹어진 물수건 하나에 이제라도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 하는 형은의 모습을 보며 참으로 지독히 외로운 삶을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애정결핍이 심했던 남자가 처음으로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될 때는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진심이 되는 모습들이 한편으로 납득이 갔습니다. 끝까지 따라붙는 불행의 그림자가 후반부까지 계속 돼서 고독하고 불행하게 자란 두 남녀가 이제 좀 편안하게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며 읽었습니다. 끝은 결국 해피엔딩이라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로맨스 소설이지만 문학 작품 같이 깊은 울림을 준 “시궁쥐들” 추천드립니다.